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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 유전자를 설계하는 시대 — 인간은 어디까지 재구성될 수 있을까?

by graywolf613 2025. 5. 28.

우리는 이제 유전자를 해독하는 존재를 넘어, 재설계할 수 있는 존재로 진입하고 있다.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 무엇이 가능한가

 

21세기 들어 유전자는 읽는 대상에서 쓰는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CRISPR-Cas9와 같은 유전자 가위 기술은 특정 유전자 서열을 정확히 잘라내고 교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기술의 등장으로 암, 희귀 질환, 유전병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유전자 편집을 통한 질병 치료가 임상 단계에 진입했으며, 인류는 질병 없는 삶이라는 오랜 꿈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체적 능력, 지능, 외모와 같은 영역까지 유전자 편집이 확장된다면, 인간은 이제 '설계의 대상'이 된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이 지점에서 과학적 진보와 윤리적 경계를 모두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능한 것과 허용되어야 할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베이비, 선택 가능한 미래

 

이른바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는 유전자 조작 기술의 상징적 개념이다. 부모가 자식의 외모, 지능, 성격 등을 선택할 수 있다는 미래는 더 이상 SF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성이 입증되었으며, 실제로 성별 선택이나 유전병 예방 차원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이 상업화될 경우, 인간 사회는 다시 한 번 거대한 계층 분화를 겪을 수 있다. 부유한 가정일수록 더 건강하고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설계할 수 있고, 이는 유전적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인간은 ‘선택된 우월성’의 사회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미래를 방지하려면, 지금부터 윤리적·사회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기술을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생명 윤리와 과학의 충돌

 

유전자 편집은 생명 윤리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표적 이슈다. 태아 단계에서 유전자를 수정하는 것은, 태어나지 않은 생명의 권리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더불어 편집된 유전자가 후세에도 전해지기 때문에, 한 세대의 선택이 수백 년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문명 전반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결정이다. 종교, 철학, 법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과연 신이 되어도 되는가? 유전자는 인간을 만들었지만, 이제 인간이 유전자를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이 전환점에서 인간의 지혜와 윤리의식이 과학보다 더 중요한 시기가 도래했음을 경고한다.


선택과 통제, 그 경계를 묻다

 

기술은 언제나 인간에게 선택지를 넓혀왔다. 하지만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통제의 필요성도 커진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회 전체를 통제하려는 도구로 전환될 위험도 내포되어 있다. 예컨대 전체주의 사회에서 유전자 편집은 '순종적인 시민'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유전자 기반 사회 설계는 결국 인간의 다양성을 억압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이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기술은 반드시 '다름'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제 없는 기술은 진보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폭력이 될 수 있다. 선택의 확장은 곧 책임의 확장을 의미한다.


인간성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무엇이 인간인가’이다. 유전자의 개입으로 뇌의 구조가 바뀌고, 감정과 윤리가 달라질 수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그 존재를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기술이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 즉 '포스트휴먼'을 만들어낸다면, 인간성과 비인간성의 경계는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지 과학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철학의 핵심이다. 인간이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우리는 기술로 인간을 완성시키는가, 아니면 인간성을 상실하는가? 《유전자 지배 사회》는 이 고민의 답을 독자 스스로에게 넘긴다. 유전자는 가능성을 열지만, 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와 윤리다. 과학이 할 수 있는 일과 해도 되는 일의 간극, 그 사이에서 우리는 새로운 정의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