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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유전자를 넘어설 수 있을까 — 생식, 사회, 그리고 새로운 인간성의 상상

by graywolf613 2025. 5. 28.

 

우리는 유전자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유전자의 명령을 따르기만 하지는 않아야 한다.

 

 

출산과 양육, 자연이 전부일까


책은 출산과 양육이라는 전통적인 시스템도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자연 상태에서의 출산은 많은 여성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경험이었다. 과거에는 많은 여성이 출산 중 사망했으며, 이는 자연이 항상 옳거나 좋은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간은 기술과 제도를 통해 이 고통을 줄여 왔다. 앞으로는 인공 수정, 정자·난자 배양, 공동체적 양육 등 다양한 방식이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게 할 것이다. 특히 공동 양육 시스템은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육아의 부담을 사회 전체가 나누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는 가족의 형태와 인간관계의 구조마저 새롭게 설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생식과 양육의 방식이 바뀌면, 인간 사회도 전면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공감과 도덕성도 유전자의 산물인가


책은 인간의 윤리와 도덕성도 유전자의 산물일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종종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도덕적 감정을 강조하지만, 이 감정 역시 생존과 번식을 위한 전략일 수 있다. 예컨대, 다른 개체와 협력하고 배려하는 개체는 집단 내에서 더 오랫동안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도덕성은 이기적인 전략이 아니라, '이타성의 유전자'라 불릴 만큼 강한 생존 수단이 될 수 있다. 어린아이가 슬픈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반응도 이러한 공감 본능의 일환이다. 이것은 문화나 교육의 산물이기 이전에, 뇌와 유전자에 내장된 구조일 수 있다. 도덕이 유전자의 작동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계승해야 할 것인가? 《유전자 지배 사회》는 이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유전자의 이해는 해방의 시작이다


최정균 교수는 유전자에 대한 이해가 인간을 통제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해방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유전자가 무엇을 요구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안다면, 우리는 그것에 저항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즉, 인간은 유전자를 인식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그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도 갖는다. 유전자의 명령을 알고도 그에 따르지 않는 행위야말로 진정한 인간성의 표현이다. 우리는 사랑을 ‘조건 없이’ 베풀고, 타인을 배려하며, 희생을 감수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유전자의 전략을 넘어서려는 문화적, 윤리적 진화의 결과일 수 있다. 유전자를 뛰어넘는 인간, 그것이 이 책이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제시하는 화두다.

 

 

끝은 새로운 시작


《유전자 지배 사회》는 생물학과 인문학, 과학과 윤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유전자를 단지 본능이나 운명으로 보지 않고, 그것을 이해함으로써 인간다움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독자는 책을 덮는 순간, 자신을 구성하는 깊은 본성과 그것을 넘어서려는 의지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인간은 단순한 유전자 덩어리가 아니라, 의미를 찾고, 타인을 사랑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임을 책은 다시 일깨워준다. 과학은 인간을 해체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이해는, 더 나은 사회를 설계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유전자의 설계를 알게 된 시대는, 인간답게 살아갈 새로운 서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