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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_욕망과 경쟁은 유전자의 명령인가 — 경제, 소비, 그리고 성선택의 함수

by graywolf613 2025. 5. 28.

 

우리가 끝없이 경쟁하고 소비하는 이유는, 유전자가 짝짓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설계한 전략일 수 있다.

 

자본주의는 유전자의 연장선인가


우리는 더 많은 자산, 더 높은 지위, 더 넓은 집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최정균 교수는 이러한 경제적 욕망조차 유전자의 전략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자본주의는 인간의 생존 본능과 번식 욕구를 체계화하고 강화한 시스템으로 해석된다. 유전자의 목적은 단 하나, 자기 복제이다. 이 목표를 위해 유전자는 자원을 많이 가진 개체가 생존과 번식에서 유리하도록 설계했다. 결국 우리가 재화를 탐하고 권력을 추구하는 것도 유전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진화적 행동이다. 자본주의는 이 본능을 효율적으로 조직한 시스템으로, 인간의 유전자적 특성을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는 자율적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유전자의 설계도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명품 소비와 성선택의 심리학


남성들이 고가의 시계를 차거나, 여성들이 명품백을 소유하려 하는 심리 또한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된다. 이것은 단순한 사치나 문화적 습관이 아니라, 유전자가 선택받기 위한 과시 전략이라는 것이다. 진화 심리학에서는 이를 '성선택(sexual selection)'이라고 부른다. 공작의 꼬리가 생존에는 불리하지만, 짝짓기에는 유리한 것처럼 인간의 과시적 소비도 짝짓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상대의 재력, 건강, 지능 등의 지표를 판단하는 데 소비 행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행동은 현대 사회에서 광고와 미디어에 의해 증폭되고 강화된다. 결국 우리는 짝짓기를 위한 유전자적 광고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능력주의와 유전적 불평등


《유전자 지배 사회》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큰 화두가 되고 있는 능력주의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흔히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다'는 믿음은 개인의 자유와 자율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유전자의 조합이 우리의 지능, 성격, 집중력 등 삶의 대부분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노력할 수 있는 능력’조차 유전자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면, 그 결과에 따른 차별은 정당한 것일까? 최정균 교수는 이를 ‘공정하지 않은 출발점’이라 표현하며, 사회적 평등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교육 격차, 환경, 부모의 유전자는 누구도 선택할 수 없기에, 이 불평등을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능력주의는 사실상 유전자주의가 될 위험을 안고 있다.

 

 

우리는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는 흔히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책은 유전자의 시선에서 보면, 인간은 그저 복제를 위한 수단일 뿐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그랬듯, 최정균 교수도 인간을 '유전자를 나르는 탈것'으로 본다. 이는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자유의지는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가? 인간의 욕망, 목표, 신념조차도 유전자에 의해 설계된 것이라면, 우리는 진정한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가? 《유전자 지배 사회》는 이 의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는, 깊은 사유를 던지는 역할을 한다. 욕망의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유전자의 입김이 인간 삶의 깊은 곳까지 침투해 있음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