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유는 사회적 고립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선택의 힘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단순한 철학서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통찰과 질문을 던지는 텍스트다. 우리가 자유를 이야기할 때, 흔히 ‘무엇을 해도 되는 권리’를 떠올린다. 그러나 밀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자유란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개인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의 사유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민주주의 사회가 굴러가는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 자유가 억압받는 사회는 창의력도, 행복도, 발전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글은 ‘왜 자유가 중요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밀의 대답을 따라가는 첫 번째 여정이다.
자유의 철학적 뿌리와 밀의 문제의식
밀은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 계몽주의 전통의 계승자이자 비판자였다. 그는 단순히 ‘자유는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고, 그 자유가 없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분석한다. 개인의 자유가 억압되는 사회에서는 획일성과 권위주의가 지배하게 되며, 인간은 자율성을 잃는다. 밀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이야말로 문명사회의 핵심이라고 본다. 이는 단지 개인의 선택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전체 사회의 건강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밀에게 자유는 ‘도덕적 실천’이며, 개인이 자신을 연마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국가나 다수의 권력이 개인의 사적 영역을 침범하는 순간, 그 사회는 이미 자유를 잃은 것이다.
자유와 권력, 그 긴장 관계
밀은 『자유론』에서 자유의 가장 큰 위협을 국가 권력이 아니라, ‘다수의 폭정’이라고 본다. 다수의 의견이 정당하다는 이름으로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는 민주주의의 외피를 썼을 뿐, 본질적으로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를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해, 프랑스 혁명, 미국의 독립까지 연결 지으며 분석한다.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제도나 법률뿐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비판적 사고력이다. 즉,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인간은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주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밀은 이를 ‘사회적 독립’이란 개념으로 풀어낸다. 진정한 자유는 타인에 의해 선택된 삶이 아니라, 스스로 숙고해 결정한 삶이다.
현대 사회에서 밀의 자유론이 갖는 의미
오늘날 SNS와 알고리즘이 여론을 주도하는 시대에, 밀의 사상은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수의 의견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확산되는 이 세계에서, 개인은 점점 더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려워진다. ‘비슷한 생각’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사회는, 자유의 적이다. 밀은 이미 19세기에 이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사회의 압력과 관습이 개인의 자율성을 어떻게 억압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으며, 이를 경계하자고 촉구했다. 결국 『자유론』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당신은 정말 당신 자신의 생각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그 자체로 깊이 있고, 불편하며, 동시에 반드시 필요한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