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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 유전자의 시대를 넘어서는 존재

by graywolf613 2025. 5. 28.

인간다움은 유전자의 명령을 인식하고, 그것을 넘어설 때 비로소 시작된다.


유전자의 한계, 인간의 가능성

 

《유전자 지배 사회》는 우리에게 인간이 유전자의 산물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그 제약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뇌 구조와 유전자,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지만, 동시에 그 구조를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유일한 종이다. 진화는 우리의 몸을 만들었지만, 우리의 의식은 진화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또 다른 차원이다. 기술, 예술, 철학, 윤리, 제도는 모두 이 성찰의 산물이다. 우리는 유전자가 제공한 기반 위에 전혀 다른 문명을 쌓아 올릴 수 있다. 인간다움은 바로 이 ‘의식된 저항’에서 출발한다. 유전자의 목적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의지는, 생물학을 넘는 새로운 진화의 방향이다.


과학과 인문학의 대화

 

이 책의 특별함은 과학적 사실에 인문학적 질문을 덧붙였다는 점이다. 유전자가 감정을 조종하고, 사회적 행동을 유도하며, 정치와 제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정교하다. 그러나 그 설명만으로는 인간의 복잡성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유전자 지배 사회》는 과학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설명하면서도, 인문학의 언어로 인간의 가능성을 복원하려 한다. 과학은 인간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설명하고, 인문학은 인간이 그렇게만 행동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제시한다. 이 두 시선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협력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양자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유전자를 읽되, 인간을 다시 묻는 이 작업은 결국 ‘삶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인간다움의 새로운 정의

 

그렇다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과거에는 이성, 윤리, 종교, 문화 같은 개념으로 정의되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인간다움은 자신의 유전적 본성과 한계를 직시하고,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존재의 상태다. 자신의 감정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도 그 감정에 책임을 지려는 태도, 유전자가 명령하더라도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선택, 이것이 인간다움이다. 생존을 넘어 공존을 추구하고, 경쟁보다 공감을 선택하며, 권력보다 연대를 추구하는 방향성이 바로 인간성의 진화다. 유전자가 만든 감정의 구조 속에서, 우리는 ‘윤리’를 탄생시켰다. 그것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든다.


유전자 시대 이후의 인간학

 

앞으로의 시대는 유전자 해독과 편집이 일상이 되는 시대다. 정밀의료, 유전자 기반 교육, 유전적 맞춤형 커리어까지 가능한 세계가 오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깊은 ‘인간학’이 필요하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을 해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을 윤리적·문화적 존재로 재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그 출발점에 서 있는 책이다. 단지 과학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총체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유전자의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더욱 인간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인간이 기술을 넘어설 유일한 방법은, 기술의 본질을 이해한 다음, 그것을 윤리와 철학으로 감싸는 것이다.


스스로 묻는 인간

 

책은 마지막까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누구의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유전자냐, 자아냐의 선택을 넘어선다. 그 물음은 인간이 과학을 수용할 때 필요한 사유의 깊이를 상기시킨다. 과학은 인간의 조건을 명확하게 밝혀주는 도구지만, 그 조건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은 결국 인간 스스로의 몫이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우리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하는 힘, 사유하는 방향, 저항하는 의지를 심어준다. 독자는 이 책을 덮는 순간, 유전자의 명령에만 복종하지 않는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인간다움은 시작된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유전자의 명령을 해석하는 동시에, 그 너머의 인간 가능성을 질문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