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7편. 권력과 제도의 기원 — 인간 사회는 어떻게 유전자를 조직했는가?

by graywolf613 2025. 5. 28.

우리는 유전자의 명령을 제도와 권력으로 번역하며 문명을 이루어 왔다.


인간은 왜 제도를 만든 존재가 되었나

 

인간은 단순히 무리를 이루는 동물이 아니라, 법과 규칙, 제도를 통해 사회를 조직한 유일한 존재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이 현상을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초기 인류는 협동과 분업을 통해 생존했기 때문에, 공동의 약속과 신뢰가 필수였다. 이때 제도는 신뢰를 외부에 기록하고, 행동을 표준화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즉, 제도는 유전자가 만든 협동 본능을 사회 전체로 확장시키는 수단이 되었다. 우리가 세금을 내고, 법을 따르며, 계약을 맺는 행위는 유전적 협동이 문화적 약속으로 진화한 결과이다. 생물학은 인간의 본능을 설명하고, 제도는 그 본능을 통제하고 구조화한다. 사회 시스템은 결국 유전자의 생존 전략이 문명이라는 틀에서 구현된 방식일 수 있다.


권력의 탄생과 유전자의 전략

 

권력은 인간 사회의 핵심 동력이다. 누가 통제하고, 누가 지배하는가는 단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번식의 문제와도 직결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권력은 ‘자원을 배분할 권리’를 확보하는 수단이다. 더 많은 자원은 곧 더 많은 생존 확률과 번식 기회를 의미했기에, 인간은 권력을 탐하도록 설계되었을 수 있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권력의 원형을 ‘우두머리 개체’로부터 찾는다. 무리 내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은 오늘날에도 정치, 기업, 학계 등 모든 분야에서 반복된다. 권력을 향한 욕망은 문화적 산물이 아니라, 유전자적 전략이 문화로 확장된 것이다. 우리가 권력을 비판하면서도 욕망하는 이유는, 유전자의 흔적이 깊숙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어떻게 유전자의 편이 되었는가

 

종교는 인간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조적 요소이며, 놀랍게도 유전자적 생존 전략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집단 내 결속을 강화하고, 구성원의 행동을 통제하는 종교적 신념은 진화적 생존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다. 특정 규칙을 따르는 신자 집단은 내부에서 더 높은 협력성과 신뢰를 유지할 수 있었고, 외부 집단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았다. 윤리와 도덕이 신이라는 존재를 통해 내면화되면, 유전자는 외부 통제 없이도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이를 ‘도덕의 유전적 위장’이라 표현하며, 종교는 유전자가 만든 사회적 안정 장치일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이는 종교의 신성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생물학적으로도 생존에 기여했음을 보여주는 분석이다. 종교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초월한 듯 보이지만, 실은 유전자의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복종과 권위에 대한 본능

 

인간은 어째서 스스로 복종하는가? 권위에 순응하고, 지시에 따르며, 질서를 받아들이는 행동은 유전적 본능일 수도 있다. 실험심리학에서는 인간이 권위 앞에서 얼마나 쉽게 자신의 판단을 포기하는지를 입증한 수많은 연구들이 있다. 진화심리학은 이를 ‘집단 내 생존 전략’으로 해석한다. 갈등을 피하고, 결정권자를 따름으로써 집단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복종의 본능을 지배와 결합된 전략으로 본다. 복종이 없다면 권력은 존재할 수 없고, 권력이 없다면 자원의 효율적 분배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지금도 기업, 군대, 가족, 학교 같은 다양한 조직에서 반복되고 있다. 권위에 대한 복종은 문화적 학습이자 유전자의 설계일 수 있다.


인간 사회의 진화적 재구성

 

책은 인간 사회의 제도와 구조가 유전자의 설계에 따라 발전했음을 보여주며, 그 구조를 성찰하고 재구성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경쟁, 지배, 복종, 조직화 등은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지만, 그 자체가 반드시 선하거나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가 유전자의 전략을 인식하게 되었다면, 그것을 넘어서려는 노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포용적 정치, 수평적 리더십, 공감 기반의 조직문화는 유전자 설계에 대한 저항이자 재해석이 될 수 있다. 유전자는 생존을 위해 우리를 설계했지만, 인간은 의미와 가치를 위해 사회를 재설계할 수 있는 존재다. 《유전자 지배 사회》는 인간이 유전자의 전략을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사회적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전자의 질서가 아닌, 인간의 윤리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야말로 다음 진화의 단계일 것이다.